< 2021.06.19 - 네이버 블로그 작성글 >
로드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지 약 2개월쯤 되었다.
내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허리 디스크 내장증, 목디스크, 건염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아 아무 운동이나 할 수 없다.
그나마 수영만 가능한데, 코로나로 인해 수영이 불가능해지면서 걸었더니 아킬레스건염까지 생겨버려서 어쩔 수 없이 5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막상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전거를 탈 만한 농로가 멀리 이어지는 데다, 내가 살았던 지역 중 평지구간이 제일 넓은 곳이라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매주 약 100~200km까지 거리를 늘려나갔는데,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핸들바 포지션이 하나밖에 없어서 손이 저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핸들 포지션이 다양한 로드 자전거로 눈이 돌아갔고, 눈이 돌아가서 과분한 자전거를 구매하여 만족하며 타고 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목/허리통증이 상당히 좋아진 점인데, 자전거를 탈 때마다 왜 좋아졌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수많은 고찰 결과 그 의문이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 생각한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일단 로드 자전거를 타는 것이 꼭 척추에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내용을 쓴 후에, 왜 목/허리 디스크에 좋아졌는지 추측해 볼 예정이다.
(시간 나고 관심 갈 때마다 수정을 하고 있으니, 오류/이상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 주시면 감사드린다.)
1. 목/허리 척추 정렬의 기본 : 척추전만 유지
일단 척추전만의 중요성은 정선근 교수님께서 쓰신 백년허리와 백년목에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내 블로그의 대부분 글에도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한다.
상식적으로 로드자전거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타기 때문에, 척추 후만이 발생되어 허리 통증이 악화되어야 할 것이라 보였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수록 허리는 좋아지자, 맹신하고 있던 '척추전만'의 중요성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안장 위에 앉아 있다고 해도 좌골로 앉아있기 때문에 상체의 무게는 지속적으로 가해질 텐데, 척추전만을 유지하지 않았음에도 허리가 좋아진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수년간 허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방법은 척추전만을 발생시키는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자동차 및 모든 의자에는 허리 쿠션을 장착하여 척추를 전만으로 만들었고, 고관절 유연성을 확보하여 걷기 등 평소에 척추전만을 유지하기 쉽게 만들어 통증을 상당히 완화시켰다.
그런데 에어로 자세를 취하기 위해 상체를 숙이면, 척추전만이 아닌데도 허리가 좋아진다고?
척추전만이 허리에 좋다는 것이 진리라 생각했는데, 척추전만이 깨진 상태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허리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점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핸들이 상체를 지지해서 하중이 감소되는 양이, 척추전만의 효과보다 좋은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디스크가 누르는 힘 자체가 줄어들면 디스크 손상정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견인치료의 원리를 생각한다면 일리는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핸들에 가해지는 힘은 적어서, 핸들의 하중지지로 인한 하중 분산이 주 요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체를 굽혀서 생긴 효과인가 생각도 해 보았다.
상체를 굽히면 하체에서 오는 충격을 상체가 휘면서 지지하기 때문에, 디스크에 가해지는 반발력의 수준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타던 길은 평지였고, 방지턱/요철을 넘을 때 허리로 고스란히 받아낸 적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충격흡수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의자에만 잘못된 자세로 앉아 있어도 허리디스크가 유발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핸들이 지지해 줬다고 해도 정적 하중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상체를 굽힌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조금 생각을 해 보니, 안장에 '좌골'을 붙이고 앉는 다는 것이 힌트가 되었다.
2. 자전거에 앉는 바른 자세 =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
자전거에 앉아서 지속적으로 페달링을 하기 위해서는, 좌골을 안장에 잘 붙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좌골을 안장에 붙이지 않고 페달링을 하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안장 통이 와도 답도 없이 안장을 붙여야 페달링이 편해진다.
그래서 자전거를 장거리로 타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반 강제로 좌골을 안장에 갖다 붙이게 된다.
(케이던스가 어느정도 높아질수록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이 좌골을 붙이는 자세는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다.
허리디스크 환자를 위해 바른 자세를 소개하는 꽤 많은 자료에서 등장하는 내용이, 엉덩이가 아니라 좌골로 앉으라는 내용이다.
나 역시도 좌골을 의자에 붙이고 앉기 시작하면서, 척추전만을 유지하여 통증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그리고 좌골을 붙이고 잘 앉기 위해서 고관절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었다.
즉, 자전거에 앉는 바른 자세는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골반에 척추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다리를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좌골을 안장에만 잘 붙여놓으면 척추 하부는 척추전만을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세가 된다.
게다가 안장은 의자와 다르게 엉덩이와 햄스트링을 지지하지 않는 형상이기 때문에 고관절 유연성이 조금 부족한 사람도 좌골만 안착시키면 허리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 쉽다.
2022.08.15 추가 - 해외논문 어디서 골반전방경사가 허리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 사례가 많다는 한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골반전방경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좌골을 붙이는 것이 필수이니 참고하자.
3. 로드 자전거 자세 ≠ 목/허리 디스크 손상
그리고 다른 생각 중 하나는, 자세를 적절히 조절하면 허리디스크 손상을 덜 유발할 수 있다.
목-허리 디스크는 S자가 가장 강건한 상태로, 목을 치켜들고, 등을 굽히고, 허리는 앞으로 내밀어 주는 방향으로 과하지 않게 자세를 잡는 것이 좋다.
즉, 좌골을 붙여놓고 허리를 세운 채로 등을 굽히고, 목을 들어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척추에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참고 사이트 : https://jonathanblyer.wordpress.com/2011/05/05/cycling-posture/
1) 골반-척추 개략도
그렇다면 척추의 중립상태를 유지하며 좌골을 안장에 올바르게 안착시켰을 때, 허리가 구조적으로 어떤 형태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림을 대충 그려 보자.(나름 시간 들여 성의 있게 그렸다. 나는 미대/의대가 아님을 잊지 말자)
왼쪽의 그림은 허리의 구조와 올바른 좌골 안착에 대한 그림으로, 골반에 척추뼈가 요추전만을 이루며 붙어있다는 정도와, 안장에 올바르게 앉는 방법이 골반을 앞으로 기울여(골반 전방 경사) 좌골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점만 확인하자.
오른쪽 그림은 중립상태의 골반과 척추의 관계를 내 마음대로 간단한 모양으로 그려보았다.
2) 골반 전방 경사의 효과
위에서 그린 개략도를 이용해서 골반 전방 경사를 이용해 올바르게 안장에 좌골을 안착시키면 요추가 어떤 형태가 되는지 보자.
(실제로는 그림처럼 골반경사각도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상체 역시 그림처럼 과하게 기울어지지 않는다. 골반 전방 경사를 이용해 요추전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3) 골반 전방 경사에서 골반-허리 모양 : 척추전만 (O)
첫째로 골반-허리를 보자.
좌골이 잘 붙은 채로 허리가 바로 선 것은, 골반의 '전방 경사'로 인해 척추전만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 손상부위가 보통 4~5번 디스크인 점을 고려한다면, 좌골을 잘 붙이고 척추를 바로 세워 허리에 좋은 척추전만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디스크에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올바른 에어로 자세들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정말 다양한 설명들이 있지만, 척추 후만을 올바른 자세라고 설명하는 자료는 찾기 힘들다.(혹여나 이게 바른 자세라고 하더라도 디스크 환자는 절대 따라 하지 않아야 한다)
즉, 에어로 자세를 취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굽히는 대신 골반 전방 경사를 활용한다면, 그리고 몸에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적당히' 혹은 '제한적'으로 자세를 잡는다면 로드 사이클로 인한 디스크 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앉아서 허리를 굽히는 데에만 집중하여 척추 후만을 유발한다면 자전거를 타는 것이 디스크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될 것이다.
4) 골반 전방 경사에서 등의 모양 : 척추 후만 (O)
등은 앞으로 굽는 게 정상인 데다 다수의 목/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고려요소가 아니므로 고려하지 않겠다.
사실 디스크 환자 대부분이 4-5번 허리디스크나, 3-4번 목디스크 근처를 다치기 때문에, 이 글을 보러 온 사람들의 관심사도 아닐 것이므로 생략한다.
그냥 등에 있는 디스크는 부딪히거나, 과도하게 숙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는다면 잘 다치지 않는 부위로 보인다.
등 쪽의 디스크는 과도한 후만에 의해서 전방으로 디스크가 탈출한 경우라면 자전거를 완전히 멈추는 게 옳다고 보는데, 등 디스크가 탈출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넘어가자.
5) 골반 전방 경사에서 목의 모양 : 척추전만(O)
목은 허리가 굽으면 머리를 들 수밖에 없는데, 이게 또 척추전만이라 구조적으로는 목디스크에 엄청 나쁜 자세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상당힌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척추를 잡아당기게 되어 디스크에 압박이 발생하긴 하지만, 고개를 들었다고 통증이 생길 정도면 급성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니 자전거 타지 않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급성기가 아닌 경우에 로드를 타면서 목디스크가 악화되는 경우라면,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고 타는 경우와, 뒤를 돌아보는 숄더 체크 동작을 꼽을 수 있다.
일단 고개를 숙이는 것은 구조적으로는 경추 전만을 없애는 동시에, 무거운 머리를 들기 위해 승모근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서 디스크를 압박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고개를 드는 경우보다 더 손상된다.
뒤를 돌아보는 숄더 체크 동작은 디스크를 비틀게 되는데, 디스크는 비틀림에 약하기 때문에 이 동작 역시 목디스크를 악화시킨다.
결과적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숙이는 것은 나쁠 수도 있으나, 앞을 보기 위해 적당선에서 머리를 드는 것은 목디스크 손상을 줄이는 방향이고, 되려 경추 전만을 유지하기 위한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6) 결론
결론적으로 로드 자전거를 탈 때 안장에 좌골을 잘 안착시킨 채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볼 때 형성되는 척추의 커브는, 척추의 손상을 덜 발생시키는 목/허리 척추전만을 발생시키는 자세로 볼 수 있다.
즉, 로드자전거를 타는 자세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다, 과도한/잘못된 에어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척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몸이 안 좋다면 자전거에 몸을 맞추거나 기록 향상을 위한 에어로 자세에 욕심내지 말고, 몸에 맞는 자전거를 구매해서 내 몸에 조금씩 맞추어 주면 디스크가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
4. 고찰
적절한 자세로 탄다면 허리디스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의외로 통증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목/허리 디스크가 상당히 좋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때는 목/허리 디스크가 상당히 좋다가 라이딩을 중단하면 통증이 다시 생겨 계속 타게 된다는 사례들로 보아 통증 수준을 낮추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론 이 사례들은 장기적으로 서서히 디스크를 손상시키지만 일시적으로 통증을 개선하는 경우도 포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아프다는 것은 디스크 손상이 개선되지 않고 유지되거나 악화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통증을 개선하는 것이 허리 디스크 손상을 늦추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허리가 더 아파져서 자전거를 아예 멀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적절한' 혹은 '바른' 자세로 탔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다 같이 의자에 앉았는데 허리가 아픈 사람과, 안 아픈 사람의 차이가 평소의 자세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듯이 말이다.
그래서 목/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로드 자전거를 타는걸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급성기에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 당연하게 포기하는 게 좋고, 손상부위와 정도에 따라서 자전거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급성기가 지나서 재활에 들어가는 단계라면, 로드 자전거가 재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단, 남들보다 약한 신체부위를 가졌으니 자전거를 직접 정비하고 공부를 해 가며 자가 피팅을 해나가거나, 유료 피팅을 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들 수가 있다.
그리고 욕심을 억누르며 남들보다 매우 천천히 운동량을 늘려가고, 올바른 자세의 요소들을 남들보다 더 신경 써야 하고, 자전거를 타며 남들보다 많이 쉬어줘야 한다.
그리고 로드 자전거 중에서도 엔듀런스-올라운드-에어로-TT차 순서대로 자세가 과격해지기 때문에, 정 걱정이 된다면 엔듀런스 로드 자전거로 입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그러하듯 내 의견은 그냥 비의료인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공감이 되는 내용들을 선별적으로 참고만 하시고, 자세한 것은 의사에게 가서 상담하도록 하자.
나도 현재까지 생각한 부분을 정리해 봤을 뿐이지, 근거자료를 충분히 조사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올바른 에어로 자세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편이다.
단지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목과 허리 상태가 좋아져서, 그 이유를 찾아가는 중이고 정리를 해 가고 있는 것뿐이다.
5. 정리
- 로드 자전거를 바르지 않은 자세로 타는 것은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좌골을 안장에 올바르게 안착시켜 디스크 손상을 최소화하면 통증 완화(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좌골을 안장에 올바르게 안착시키는 것은, 바르게 앉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
- 좌골을 안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골반 전방 경사를 이용하면 요추전만이 형성되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 목을 들어 경추 전만을 만드는 것은 목디스크 손상이 최소화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비트는 동작은 손상을 가속하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 디스크 환자라면 자신의 신체에 맞는 사이즈의 자전거를 구매하고, 피팅을 통해 본인의 몸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 디스크 환자라면 일반인보다 더 많은 휴식을 취해 주면 된다. (급성 디스크 환자는 자전거 자체를 중단)
- 내 의견은 참고만, 자세하고 정확한 것은 의사와 상담.
- 2편 링크: 2022.02.07 - [운동/통증-재활] -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로드자 전거 재활 효과 고찰 2편 : 로드는 재활에 도움이 될까? (feat. 코어강화, 체중감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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