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05. 26 - 네이버 블로그 작성글 >
자전거를 바꿨다.
나름 비싼 자전거인데, 리뷰를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구매후기 남기려 한다.
1. 기존 자전거 : 벨로라인 클라우드 레베
크로몰리 재질의 3X9=27단으로, 크로몰리의 강성 덕분에 얇게 만들어서 10kg대의 나름 가벼운 자전거다.
2015년 구매해서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였으나 어떻게든 2021년 지금까지 들고 다녔던 애지중지했던 자전거다.
크로몰리 재질의 자전거라 부식이 일어나기 좋은 자전거라,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탔던 자전거다. (그 와중에 안장은 찢어지긴 했다..)
헬스장에 자전거 타고 갔다가, 비 오길래 내버려두고 택시 타고 돌아오기도 하는 등 절대 물을 묻히지 않아서 녹슨 곳이 없다.
이제는 기변으로 인해 판매 예정인데, 뭔가 팔기는 아깝다.
2. 구매 자전거 : 첼로 케인 D7
카본 프레임 105급 디스크 브레이크 자전거다.
프레임, 포크, 싯포스트가 카본 프레임이고, 나머지는 알루미늄 파트로 알고 있다.
원래는 알루미늄 프레임 + 카본 포크 자전거를 중고로 구매하려 했으나, 중고 시세가 거의 사기 수준으로 치솟아버려서 차라리 신품을 구매해버렸다.
3. 구매 이유 - 가성비(105, 카본 프레임,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 & 디자인
케인 D7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와 디자인으로, 내가 케인 D7를 고른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1) 구동계 - 105급
일단 내가 자전거를 20년 이상 타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탈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클라리스(2X8단), 소라(2X9단), 티아그라(2X10단)를 건너뛰고 105(2X11단) 급으로 입문하는 것이 중복투자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되었다.
2X11단에는 105, 울테그라, 듀라에이스 순서로 급이 올라가는데, 급이 올라가며 차이 나는 것은 경량화와 부드러운 변속감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량화의 측면에서 보면 구동계 풀셋 기준으로 급이 올라갈수록 1~2kg 정도 가벼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에게는 다이어트 쪽이 훨씬 효율이 좋아서 높은 급을 구매할 필요성이 적다.
그리고 변속감은 일반인이 느끼기 힘들다는 말들도 많고, 구동계 부품 등급보다는 세팅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꽤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인 나에게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105급 구동계를 갖춘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2) 디스크 브레이크
그리고 새 자전거를 구매할 때 고려에 넣었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디스크 브레이크였다.
자전거로 공도를 타기 시작하면서 업힐을 올라간 적이 있는데, 반대편 다운힐을 한번 타고 난 직후로 무조건 디스크 브레이크를 구매하기로 결심했었다.
최대 -18% 정도 되는 500m 다운힐 끝에 급커브가 2개 있었는데, 그곳에서 정말 브레이크 고장 나면 죽겠다는 공포를 느꼈다.
처음엔 내려오다 보니 뒤를 쳐다볼 여유도 전혀 없던 중 옆으로 차가 한 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식겁했다.
무엇보다 처음 겪는 가파르고 긴 다운힐이라서 브레이크를 꽉 잡은 채로 10~20초 지나고 나니 브레이크 소리가 가벼운 마찰 소리로 바뀌길래, 완전히 안전한 감속은 반쯤 포기하고 자동차 ABS처럼 손으로 앞뒤 브레이크 번갈아 잡으며 내려왔다.
게다가 얼마 전 브레이크 와이어 위치를 자가 조절했던 부분이 다시 원래 위치로 원상태 되는 느낌까지 받았는데, 녹슬어있는 림 브레이크 와이어에 큰 힘을 가했다가 끊어지는 것까지 상상하게 되니 공포가 더 심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만약 비가 오는 날에 자전거를 타고 다운힐을 하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 림 브레이크를 사용한다면 1) 되돌아가거나, 2) 다운힐을 걸어가거나, 3) 목숨 걸고 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아서 무조건 디스크 브레이크를 구매하기로 생각했다.
3) 프레임
카본 프레임은 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가성비까지 좋다는 말들이 많아서 어쩌다 보니 구매하게 되었다.
알루미늄 자전거를 타다 보면 카본으로 기변병이 온다고 하는데, 어차피 가성비 좋게 나왔다고 하니 이 참에 카본으로 한방에 갔다.
4) 디자인
디자인도 기존 자전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데칼이 화려하지 않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할 물건들은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게 무난하다.
4. 장점 - 카본프레임 진동저감 / 디스크 브레이크 제동력 / 안장통
일단 주행 진동 저감이 매우 만족스러운데, 크로몰리에서 카본으로 훌쩍 뛰어넘어서 그런지 엄청난 수준으로 진동이 감소했다.
진동 수준 감소는 구매 직전에 클라우드 레베로 탔던 코스와 완전히 동일한 코스를 케인 D7으로 타면서 느꼈다.
클라우드를 탔을 때는 도로 상태와 몇몇 자갈 때문에 가벼운 금속음이 많이 날 정도로 진동이 심해서 핸들을 꽉 쥐기 힘들었던 구간에서, 묵직한 떨림만이 느껴졌다.
이런 전반적인 진동 외에도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발생하는 충격 역시 조금 더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동력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제동이 잘 되어서 일단 브레이크를 꽉 잡을 필요가 없는 데다, 딱 원하는 만큼 잘 제동 된다.
꽤 오래된 하이브리드 자전거 림 브레이크를 사용하다가 더 크게 체감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운힐에서 심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장점들을 체감한 정도인데, 예상치 못한 장점은 안장통 감소다.
기존 자전거에서는 20분만 앉아 있어도 안장통이 심해서 자주 일어나서 타게 되었는데, 케인 D7을 타면서 주기가 약 2배 이상 늘어난 느낌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20분 지나서, 이후 5~10분 간격으로 계속 일어난다고 하면, 이제는 40분 지나서 한 번 일어난 후에, 10~15분 간격으로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라이딩이 끝난 후 통증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순정 안장이 이 정도이니, 안장 교체를 하면 더 좋아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
5. 단점 - 조향성 / 불량 / 토크렌치 구매
1) 단점 - 조향성
일단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다가 입문한 로드라 그런지, 조향성이 조금 불편하다.
직진은 잘하는 것 같은데, 저속에서 방향을 많이 틀 때 약간 불안한 감이 있다.
아무래도 핸들바의 폭이 좁은 로드의 특성인 것 같기도 한데, 나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왔다.
다른 로드를 타 봐야지 '이건 확실히 단점이야'라고 할 텐데, 처음 타 보는 로드 자전거라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다.
대신 고속에서는 조향 안정성이 기존의 하이브리드보다 우수했는데, 아마 로드의 자세에서 오는 안정성으로 보여서 장점으로 꼽기도 어렵다.
2) 단점 - 불량
그리고 처음부터 불량으로 속을 조금 태웠다.
자전거 구매 후 이렇게 많은 불량은 처음 겪었다. (그래 봤자 성인이 되고 난 후 2번째 자전거이긴 함)
일단 구매 당일 집에 와서야 확인한 것은 디스크 브레이크의 정렬 상태로, 휠을 회전시키면 브레이크 패드에 마찰이 생겨서 휠이 멈췄다.
전화 문의 결과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하길래 그냥 인터넷으로 찾아서 자가정비로 해결했다.
(조립 불량이거나, 차에 태워와서 세팅이 바뀌었거나)
첫 주행을 하고 십 분도 되지 않아 딱딱 소리가 나기도 했다.
원인은 싯포스트로 보이고, 구매처에서 정비방법을 알려줬으나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구매처에서 알려 준 정비방법은 싯포스트에 윤활용 구리스(마찰 감소)를 발라보라는 것이었는데, 상식적으로 카본 구리스(마찰 상승)를 발라야 할 것 같아서 카본 구리스를 발랐다. (초보자의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하루정도 타고나면 다시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었는데, 댓글들을 보니 윤활용 구리스를 발라서 증상을 없앤 사람이 있다.
그래서 윤활 구리스를 일단 발라놨고, 몇 번 타다가 도저히 해결되지 않으면 재문의 혹은 교체를 요청할 예정이다.
첫 주행 막바지에는 오르막길에서 뒷 2단 체인이 튀었는데, 늦은 시간이라 일단 전화를 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정보를 찾다 보니, 변속기 장력 미세조절을 알게 되어 일단은 문제를 해결했다.
일단은 대부분 조립/세팅의 문제인 것으로 보이는데, 안장 소음은 몇 가지 더 시도 후에 교체를 요청해 볼 생각이다.
3) 단점 - 토크렌치 구매
그리고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단점은 토크렌치 구매다.
카본 프레임이라서 토크렌치를 구매해야 하는데, 토크렌치 알아보는 것도 하루 종일 걸렸다.
토크렌치는 자이언트 토크렌치(7만 원)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에겐 과한 것 같아서 다른 제품으로 알아보다가 오카리나 토크렌치(2만 원~2만 5천 원)를 구매했다.
휴대용으로는 사용하기에는 조금 큰 편인데, 혹시 휴대용을 구매하고 싶다면 케인 D7는 대부분의 체결 토크가 6Nm 혹은 Max 6Nm라서 5Nm짜리 자이언트 토키(2만 원) 하나만 구매해도 될 듯하다.
하지만 가격차이가 적은 데다 프레임 외에도 다양한 체결 토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카리나 토크렌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6. 결론
가성비(105, 디스크 브레이크, 카본 프레임), 디자인, 진동저감, 제동성은 만족한다.
저속 조향성은 약간 불안하지만, 다운힐 고속 조향성은 만족스럽다.
첫 구매/라이딩 직후 발견한 조립/세팅 불량은 매우 아쉽고, 진짜 제조 불량이면 어쩌나 불안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토크렌치를 구매해야 했다.
자전거 구매할 때 미리 주문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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